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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_요리결사대, 부부요리단 20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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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

요리결사대, 부부요리단

 

 

술을 먹다 안주감이 떨어지면 엉뚱한 이야기꺼리가 시작되곤 하는 모임이 있다. 한번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돌아가며 이야기 해보기로 하였다.

머리 속에 수 백 가지 음식이 오고가고 최종 하나를 골라야 되는 결정 장애를 이겨내야 하는 순간이었다.

평소 먹고 마시는 것만큼은 프로를 능가하는 사람들이라 대단한 산해진미가 쏟아져 나올 법도 했지만 멤버 중 일본인은 라멘을, 영국인은 동네에서 만든 맥주 한잔이라 답했다. 생애 마지막 음식들은 모두 의외로 소박하고 가장 익숙한 것들이었다. 나의 선택 역시 충청도 출신 어머니가 어릴 적 해준 늙은 호박 김치찌개였으니 말이다.

젊은 날 호화로운 음식과 술을 탐닉하다가도 진정 쉬고 싶을 때는 잠옷을 입은 것 마냥 가장 나답고 편안한 음식을 선택하게 되는 것을 확인한 듯했다. 

 

 

이처럼 마음의 휴식같은 음식들이 있는 주점을 발견했다. 옥수동 조용한 골목 모퉁이에 ‘부부요리단’이라는 특이한 상호의 네온사인이 눈에 띈다. 말 그대로 부부가 운영하는 맛집이다.

언뜻 보면 어디에나 있을 법한 한식주점으로 보인다.

안에 들어가니 손님들이 흥겹게 마시고 있는 광경이 있을 뿐 특이점은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자리에 앉아 몇 가지 음식과 그에 맞는 술을 한잔 하다 보면 어느새 물 흐르듯 아주 자연스럽게 공간에 동화되는 느낌이 든다. 메뉴명은 얼핏 평범해 보이는데, 막상 요리로 나오는 구성을 보면 정성과 디테일이 남다르다. 묵은김치볶음, 들깨나물무침, 참외장아찌 등으로 구성된 맛깔나는 여덟 반찬 트레이부터 손님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래도 안 먹을래?’ 라고 부부요리단이 맛난 협박을 하는 듯하다. ‘문어삼겹찜’은 부드러운 문어와 제주삼겹살의 씹는 맛이 환상인데, 거기에 다섯 가지 직접 담근 장아찌 쟁반은 진정하려던 눈빛을 흔들리게 하고 만다. 딱 한잔 술만 하려던 사람의 결심은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듯 이내 무너지고 말았다. 

 

음식 스타일을 보면 한식에 줄곧 몰두한 셰프의 맛집이라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전상진 셰프의 이력은 무척 다양하다. 경주호텔학교와 일본 쯔지(辻)조리사전문학교에서 공부하고 일본과 한국에서 료칸, 호텔 등에서 정통일식 분야에서 일하다, 한식셰프 故윤정진 선배의 영향과 방배동 요리연구가 최경숙 선생님을 만나 그의 요리 일생에 많은 변화의 계기를 갖게 되었다.

특히 최경숙 선생님이 오픈한 청담동의 ‘멜리데’라는 레스토랑은 한식, 일식, 중식, 프렌치를 소화해낸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킨 외식의 신장르를 개척했는데, 거기서 정셰프는 총주방장을 맡아 그때까지 해오던 일식을 뛰어 넘어 새로운 음식 분야로 저변을 확대하게 되었다. 또한 기본에 충실한 재료 선택과 구입 방법의 중요성을 배우면서 그때부터 매일 직접 장을 보는 것은 반드시 지키고 있는 철칙 중 하나다. 피곤하다가도 경동시장에 가서 즐비하게 늘어선 계절 식재료를 보면 어떤 요리를 할까 상상하며 가슴이 뛰곤 한다고. 정셰프의 요리 인생에서 선배와 스승만 만난 건 아니다. 최고의 인생 파트너인 아내를 만났다.

롯테호텔 일식당 모모야마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김수정 셰프는 사람냄새 나는 외식을 펼쳐보자는 남편과 뜻을 같이해 한식으로 의기투합했다. 부부요리단에 가면 홀에서 서빙과 음식설명을 하다가 주방 안으로도 들어가 요리와 뒷정리를 하는 동번서번 김셰프를 만날 수 있다. 그녀가 부부요리단의 최고 단장임을 이내 알게 된다. 아침에 눈을 뜨며 오늘은 뭐할까를 같이 상의하고 잠들기 전 내일을 무슨 요리로 바꿀까를 이야기하는 부부는 비밀공작단 이상의 치밀하고 세상에 이로운 작전을 짜고 있음에 틀림없다. 

 

 

단골손님 중에 음악가 강승원씨는 이곳을 엄마의 자궁 같은 요릿집이라 부른단다. 그에게 죽기 직전에 가고 싶은 술집이 바로 부부요리단이 아닐까 한다. 

 

 

부부요리단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40길 25-1 

전화 02-2295-5886

메뉴 : 오삼불(2-3분) 33,000원, 문어삼겹찜(3-4인) 60,000원

 

 

이윤화 음식평론가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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