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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_세월이 만든 인생 메뉴 2020.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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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

세월이 만든 인생 메뉴

 

 

조리사가 언제부턴가 ‘셰프’로 불리고 있다. 불어를 사용하니 더 멋져 보이긴 하다. 어떻게 불리든 조리사의 위상이 매우 높아지고 세간의 주목이 집중된 직업 장르가 된 건 사실이다. 그에 따라 조리사의 형태도 여러 가지로 나뉘고 있다. 

레스토랑이나 본인의 브랜드를 높여 규모의 확대를 도모하는 사업형 조리사, 활동 업적을 지향하는 명예형 조리사, 가르치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후학양성 조리사 등으로 나눠볼 수 있고 마지막으로 레스토랑 주방을 떠나지 않는 실무형 조리사가 있다. 고객의 입장에서 보면 뭐니 뭐니 해도 늘 같은 자리에서 편안한 유대 관계를 만들어 주는 마지막 유형의 조리사가 고마울 뿐이다. 

나도 모르게 십여 년을 따라다니고 있는 실무형 셰프가 있다. 김이안 셰프의 레스토랑은 강남 도산공원 인근에서 서귀포 산방산 근처, 다시 서울 양재천, 최근엔 서래마을로 자리를 옮겼다.

그의 요리 시작은 맞벌이 부모님 덕분에 어린나이부터 홀로 밥을 먹을 때 시도했던 상상의 실현이었다며, 어릴 적 갈치 넣어 끓인 라면이 은단 빛으로 변했던 것을 웃으며 회상한다. 그러다 성인이 되어 일식 요리를 배우며 해산물 생리를 배웠다. 통영 출신 아버지 덕분에 물컹한 물메기탕부터 여러 갯것에 익숙하였지만 살아있는 생물을 직접 다루는 것은 성격에 맞지 않아  이국적 창작요리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 뒤 프렌치 레스토랑에서 긴 수학을 한 뒤 10년 전 본인의 이름을 딴 ‘이안스’라는 레스토랑을 열었다. 파스타 메뉴를 보고 남들이 이탈리안 레스토랑이라고 부르곤 하지만 셰프는 어느 나라 음식이냐를 떠나 한국인이 좋아하는 양식으로 여기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러던 셰프의 요리인생에 작은 계기가 생겼다. 남들이 요리 유학이나 해외 연수를 떠날 때 그는 3년간의 제주살이를 택했다. 서귀포 산방산이 바라다 보이는 아담한 집에서 뿌리 섬 채소와 와일드루꼴라 등 허브를 키우고 제주 해산물로 요리를 했다. 뿔새우가 파스타에 들어가고 그날 잡힌 생선들로 스튜를 만들었다. 제주 시절의 식재료를 말할 때면 그의 목소리가 약간 흥이 섞여 높여지곤 한다. 노량진시장과 가락시장이 전부였던 그에게 제주도는 스승과 다름없었기에 요리 깊이도 그 전후와 달라졌다. 


그에게 인생 메뉴가 몇 개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무파스타! 물론 아주 흔한 식재료의 조합이다. 스파게티 면발에 무가 썰어 들어갔다 하면 어떤 이는 그걸 돈 주고 사먹는 음식이냐고 묻기고 한다. 하지만 김셰프는 강한 바닷바람과 화산재 입자가 가벼운 다공질의 까만 화산회토로 변한 제주 토양에서 농사지은 무의 촉촉한 적정 상태를 터득한 듯하다. 흔한 식재료라고 해도 그에 대한 깊은 성찰과 아이디어, 테크닉으로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우리가 가장 기대하는 ‘셰프’의 마법이 아닐까. 

 

당초 주방 식구들이 먹으려고 만든 졸인 돼지등갈비를 바삭하게 튀겨낸 돼지갈비튀김은 어느새 단골들의 약속 메뉴가 되었다. 라구파스타, 감바스, 그라탕 등 메뉴의 구성은 여느 양식당에서 보던 그것과 엇비슷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단 한 가지만 주문해도 남다른 비주얼과 깊고 편안한 맛을 느낄 수 있다. 


긴 시간 김이안 셰프의 맛집 공간을 따라쟁이 하면서 느낀 공통점이 있다. 모두 20석 안팎의 소규모 양식당이다. 주방에서 일하던 셰프가 언제든 나왔을 때 한눈에 들어오는 크기다. 고객도 안심이다. 셰프의 안테나에서 벗어나지 않는 곳에서 식사할 수 있기에 말이다.

은단갈치라면을 끓였던 소년은 제주살이 당시 먹던 무꽃나물을 기억하며 오늘도 실무형 셰프로서 묵묵히 이안스를 지키고 있다.

 

 

다이닝바 이안스

서울 서초구 동광로39길 79 2층

전화 02-6449-6755

무파스타 21,000원 돼지갈비튀김 29,000원

 

 

이윤화 음식평론가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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