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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_꿀벌 셰프의 집, 윤서울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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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이윤화의 오늘 뭐 먹지

꿀벌 셰프의 집, 윤서울

 

 

5년마다 열리는 세계적 문화올림픽 엑스포(EXPO)가 2015년에는 푸드를 주제로 이태리 밀라노에서 열렸었다. 145개 참가국들은 ‘순간이 아닌 지속가능성(sustainable)’에 중점을 두고 음식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전시를 하였다.

참고로 그해 7월은 아주 무더워 넓은 전시장을 돌아보는 것은 작은 고행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독일의 '벌의 눈'이라는 공연장에 들어서자 정신이 번뜩 들었다. 미디어 아트와 라이브 공연이 결합된 독특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천장에는 꿀벌의 이미지를 담은 많은 모니터가 예측불허로 움직이고 있었다.

무대 아래의 관중들은 각종 식물이 되었고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옮겨 주는 꿀벌의 행위 수분(受粉)으로 인하여 열매가 생기고 씨앗이 만들어졌다. 꿀벌이 없다면 동물과 인간은 멸종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공연으로, 관람객들은 연주자를 따라 꿀벌 흉내도 내고 소와 닭울음소리도 함께 내보이기도 했다.

이 흥미로운 퍼포먼스는 만물의 근원과 세상을 잇는 매개자가 바로 꿀벌임을 가르쳐주고 지구상에 점점 줄어들고 있는 꿀벌로 인한 생태계의 위험을 암시하고 있었다. 

 

 

얼마 전에 꿀벌 같은 전도자 셰프를 만났다. 긴 머리를 단정히 묶은 김도윤 셰프는 꿀벌같은 귀여운 캐릭터는 아니었다.

오히려 홍대 어느 라이브 공연장의 보컬리스트 같은 이미지였다. 그의 식당 ‘윤서울’의 중심인 바테이블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니 신기한 기기들이 눈에 들어온다.

드라이에이저, 제분기, 제면기, 제빙기, 채유기 등 기계 크기를 확대시켜 놓으면 웬만한 식품회사 개발실 못지않을 것 같다. 현대적 기기를 활용하여 우리 음식의 보존과 새로운 발견을 도모하는 꿀벌 셰프의 수분 활동 현장이었다. 

 

그날 코스에 나온 간재미와 민어는 드라이에이징 기계에서 제 빛깔을 유지하며 적당한 수분을 보존한 상태였다. 아마 옛날 손맛 좋은 어머니들이 꾸덕꾸덕 하게 말린 최상의 상태가 이런 거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평창에서 구한 조경밀(우리밀)이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이 유독 인상 깊었다. 밀 알곡 자체를 농가에서 구해서 쭉정이 등 지저분한 것을 없앤 뒤 항아리에 보존하며 그때그때 제분기에 갈아 밀가루로 만들어 면을 뽑는다.

그의 면 반죽엔 냉소다 등 쫄깃함을 핑계로 넣은 첨가물이 일체 들어가지 않는다. 막 삶아 건진 면은 채유기에서 직접 짠 참기름으로 비벼 준다. 면의 식감은 다소 거칠었지만 ‘이게 바로 면 맛이구나!’ 하는 탄성이 나오게 된다.

그날 국수 옆에는 껍질을 바싹 튀길 듯 구워 오븐에서 익힌 민어와 된장소스가 곁들어졌다. 그외 요리는 고추장에 절인 전복, 송아지흉선 지짐과 춘장소스, 징거미새우&감자전 등 평소 쉽게 접해보기 어려운 음식과 여러 어울림이 이어졌다. 그리고 전체 음식의 시작과 마무리에는 즉석으로 만든 계절 과일셔벗이 깔끔하게 정리를 해주고 있다. 

 

‘윤서울’에서는 메뉴를 요구하기보다 셰프가 그날의 좋은 식재료로 구성한 코스를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엄마가 아이의 탄생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면을 꿰뚫듯, 김도윤 셰프는 원재료의 시작부터 음식의 완성, 맞은 술의 마리아주까지 차곡차곡 알며 전달해 주고 있어 코스 내내 지루할 겨를이 없다.

수술의 꽃가루를 옮기는 꿀벌처럼 오늘도 고객에게 기본기 충실한 음식 전달에 여념이 없다. 그와 같은 꿀벌 셰프들이 더 많아지고 대접받는 날이 오길 바래본다. 

 

 

 

윤서울

주소 : 서울 마포구 홍익로2길 31

전화: 02-336-3323

메뉴 : 디너코스(1인) 58,000원 (월,화 휴무) 

 

 

 

이윤화 음식평론가 ‘대한민국을이끄는외식트렌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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