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거진 R > 미식가의 수첩
 
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_강정이 넘치는 집 2020.06.22
75
0
인쇄하기 요즘 미투데이 트위터 페이스북

 

 

임선영 작가의 오늘 뭐 먹지

강정이 넘치는 집

 

 

고소한 흑임자와 달콤한 팥의 앙상블 가슴까지 시원한 흑임자빙수

 

청담동 대로변에는 정겨운 카페가 있다. 언뜻 보기에는 일반 상가와 마찬가지인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한옥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대청 마루로 모여들어 소반에 빙 둘러앉아 떡과 과자, 전통차와 빙수를 나눠 먹고 있었다. 

 

카페 “강정이 넘치는 집”은 청년들의 도전정신이 만들어낸 병과점이다. 강정, 유과, 인절미와 약식, 송편, 주악 등을 만드는데 대부분의 재료는 국산을 고집한다. 

 

청년 셰프들은 찹쌀, 팥, 콩, 과일 등은 전국 산지를 다니며 풍미와 영양이 살아있는 것들을 확보해 둔다. 설탕 대신 꿀이나 조청을 쓰며 방부제나 첨가제를 일체 넣지 않는다. 특히 식사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강정, 쫄깃한 콩인절미, 흑임자 인절미 등이 유명하고 쌍화차도 인기가 많은데 여름에는 특히 흑임자빙수가 맛있다. 

 


흑임자 빙수는 놋그릇에 봉긋하게 담겨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빙수 한 그릇에 절정의 맛과 영양을 담기 위해 셰프들은 정성을 다한다. 매일 새벽 방앗간에서 흑임자를 볶아내고 곱게 제분한다. 동이 터오를 무렵 가마솥을 걸고 4시간 가량 팥을 뭉근하게 쑨다. 이때 온도를 잘 맞추어야 국산팥의 달콤 쌉사름한 풍미와 통통 터지는 팥알의 식감을 살릴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팥 위에 올릴 정과를 마련한다. 밤은 삶은 후 꿀에 쫀득하게 졸여내고 대추는 바삭바삭 칩을 만든다. 

 

빙수에 무게감을 잡아줄 흑임자 인절미도 중요하다. 국산 찹쌀을 빚어 갓 볶아낸 흑임자 가루를 묻히면 깊고 고소한 풍미를 낼 수 있다. 그 때쯤이면 특별히 주문한 빙수용 얼음이 도착한다. 깨끗한 물로 위생적으로 관리되어 믿고 쓰는 얼음이다. 이 모든 재료는 딱 오늘 쓸 만큼만 마련한다. 요즘은 눈꽃 빙수가 대세지만 이곳은 얼음 빙수를 고집한다. 그래야 더욱 옛 스러울 뿐 더러 흑임자와 팥의 풍미가 청량하게 녹아 들기 때문이다.  

 


카페 한 켠에 ‘법고창신(法古蒼新)’이라는 목재 현판이 눈에 들어왔다. 강정을 만들고 있는 청년에게 그 취지를 물어보았다. ‘옛 것을 본받으면서도 변통할 줄 알고 새것을 창조해 내면서도 근거가 있다라는 뜻’으로 자신들이 한국 전통 디저트를 만들면서 가슴에 새기는 글이라 했다. 운영한지 이제 11년, 시장에서 작은 강정집으로 시작한 청년들은 이제 세계 무대에서 호평을 받는 전통 병과점으로 자리를 잡았다. 

 

일본, 프랑스 등 디저트 강국의 관계자들도 이곳의 강정과 떡, 과자를 맛보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젊은 셰프들의 목표는 가장 한국적인 디저트를 만들고 건강한 식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는 것은 그 시간 동안 꾸준히 검증되면서 살아남았다는 것이니 그 과정에 축적된 음식의 가치를 전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의 레시피는 멈춰 있지 않고 진화해 갔다. 어제의 강정보다 오늘이 더욱 맛있고 어제의 빙수보다 오늘 더 시원했다. 

 


빙수를 한 입 한 입 떠먹다 보면 곱게 갈린 흑임자가 얼음물로 섞여 들어간다. 놋그릇 아래는 우유가 기다리고 있다. 얼음이 우유를 담백하게 하고 흑임자에 팥까지 녹아 들면서 아주 훌륭한 흑임자 라떼가 된다. 냉면 육수를 마시듯 양손으로 놋그릇을 잡고 벌컥벌컥 들이키면 가슴에 남은 갈증이 시원하게 해갈된다. 
 

 

 

 

강정이넘치는집

서울 강남구 학동로 435 

흑임자빙수 11,000원 

 

 

 

 


임선영 음식작가· ‘셰프의 맛집’ 저자 nalgea@gmail.com

 

 

 


 

 
   
 
 
 
 
 
배꼽집
한식|배꼽스페셜
서울 마포구
미담진족 | 한식 | 서울 마포구
산다이야 | 일식 |  
더캐스크 | 주점 | 서울 마포구
비스트로뽈뽀 양식(이탤리언)
우작설렁탕 한식(설렁탕) |
청어람 한식(전골) |
쿠촐로오스테리아 양식(이탤리언) |
투스카니 양식(이탤리언) |